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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규나 기자,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뿌리에 물을 주는 행위"존재의 증명
김규나 기자 | 승인 2020.07.23 20:24

어두움을 털어내고 밝음을 증명하듯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 아래 밝게 웃는 꽃을 보며 우리는희망을 그린다. 오늘은 수많은 꽃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다알리아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언뜻 보면 백일홍과 비슷하지만 안에까지 꽃잎을 촘촘하게 두르고 있는 것이 백일홍과는 구별이 되는 꽃이다. 평소에도 꽃을 좋아해서 눈에 들어온다 싶으면 카메라에 담는 것을 즐겨하는지라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 솔방울처럼 생긴 분홍색 다알리아를 핸드폰에 저장시켰다.
안에 담아놓고 보니 그냥 밖에  있을 때 보다 한층 더 특별해 보이고 새롭다. 잘 여문 솔방울보다 훨씬 소담스러워 보이는 꽃 다알리아!

국화과인 다알리아는 먼 옛날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이집트 피라미드를 연구하던 중 미이라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미이라의 손에는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안타깝게도 꽃은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꽃은 다시 볼 수 없었으나 몇 알의 씨앗을 발견하고 영국으로 가지고 와서 심었더니 싹이 나고 자라기 시작했다.
같은 수종이 없었던 터라 이름은 꽃 재배에 관여했던 스웨덴 식물학자 다알의 이름을 따서 다알리아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후로 다알리아는 공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귀족들의 정원에서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다알리아의 전설까지 알아서일까 이름이라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멈춰 있던 사물은 생동감을 띠고 다가온다.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가 처음 입을 떼면서 부르는 엄마라는 이름엔 경이로움이 담겨 있다. 엄마의 가슴은 벅차올라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된다.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아이를 위해서 한발 더 발돋움하는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면서 아이도 자라고 엄마도 함께 성장한다고 할 수 있다.

때론 이름과 함께 놓여있는 관계맺기의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혼란이 생겨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다.

무심한 듯 그냥 지나쳐 가던 사람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도 이름 석 자면 족하다.

자신만의 특별한 명사가 불러질 때 그와 나의 관계 맺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처음 만난 사람과의 어색함을 깨는데도 이름 묻는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또한 길을 가다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면 그 사람은 환한 꽃처럼 화답한다.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잘 이야기하고 있는 것 시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이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름을 불러줌으로 인하여 소중한 의미가 된다는 것이 몇 번이고 거듭 되뇌며 보아도 가히 절창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보이지 않는 뿌리에 물을 주어 늠름하게 자라게 하는 것이다. 뿌리는 존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먼 길 떠나는 이를 보낼 때도  마지막으로 이름을 부르며 보내고, 그리울 때 그 이름을 불러 하늘 길을 열고 먼 곳의 그리움을 내 곁으로 불러오곤 한다.
삶이 버거워 기대고 싶은 사람, 아버지가 생각날 때 마음속으로  부르면 그 이름 자체는 버팀목이 되어 나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의 시간들이 달려와 힘들고 지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아무리 불러도 이름은 닳지 않는다.  이름은 부르면 부를수록 늙는 것이 아니라, 더 젊어지는 것이어서 생기발랄해질 뿐만 아니라 수명 또한 길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열려 있다면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당신에 대해 다 알지는 못 하지만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이 그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김규나 기자  kna778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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