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씨가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ABC방송화면 캡쳐)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작년에 열린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기생충(감독 봉준호)에 이은 경사이며 한국 영화 102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한국 배우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됐다.

4월26일(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스테이션과 헐리웃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외에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여우조연상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부문은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했다. 감독상 수상은 ‘노매드 랜드’의 클로이 자오가 차지했으며,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렸을 때 했던 시조 게임을 언급하며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전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허트 로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이후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또한 아시아계로는 최초의 여성 수상자로 새 역사를 썼다.

배우 윤여정씨가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되고있다(ABC방송 캡쳐)

이날 여우조연상 시상에서 시상자로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인 브레드피트가 나섰다. 브레드피트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윤여정 배우를 호명한 후 단에 오른 윤여정 씨는 "브래드 피트 선생님, 드디어 만나 뵙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우리가 알칸소 털사에서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었나요? 정말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라 너스레를 떨었으며 "내 이름은 '여정 윤'인데, 유럽 사람들은 '여영'이라거나 '유정'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해 청중을 폭소케 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배우들은 물론, 두 아들 그리고 그가 배우로 첫 영화를 함께했던 故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여우조연상 후보로는 배우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가 윤여정과 함께 노미네이트 되었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차지한 ‘노매드 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ABC방송 화면 캡쳐)

한편 영화 ‘노매드랜드’가 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다. 작품상 후보로 ‘미나리’를 비롯해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맹크’가 올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도움 주신 분 모두에게 감사하다. 원작자에게도 정말 감사를 전한다. ‘노매드 공동체’ 모든 분들이 진정한 친절함이 무엇인지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가까운 그 어느날, 어두운 극장에서 함께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며 “우리 함께 늑대의 울음을 한번 질러보자”고 했다.

‘노매드랜드’는 한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뒤의 사람을 담았다. 도시에 살던 여성이 기존의 삶을 청산하고 홀로 자동차를 타고 새로운 삶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골든 글르보,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제작가조합,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이후 오스카 작품상까지 탔다.

남우주연상은 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영화 ‘더 파더’로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2년 ‘양들의 침묵’에 이어 생애 2번째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노매드랜드’의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생애 3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수상했다. 맥도맨드는 ‘파고’ ‘쓰리 빌보드’에 이어 3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게 됐다.

오스카 감독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샤론최와 함께 나와 수상자를 호명하고 있다(ABC방송 캡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2년부터 미국 LA에 위치한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매년 개최되었으나, 올해는 코로나 19 상황에 맞춰 미국 내 돌비 극장과 LA 유니언스테이션 외 해외 현지에 특설 무대를 마련해 위성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중 감독 시상을 위해 특별히 선정된 서울돌비극장에서 작년도 감독수상자 봉준호 감독과 그의 통역사 샤론최가 등장하여 화상으로 수상자를 호명했다.

제93회 아카데미(오스카상)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작품상: ‘노매드랜드’, △ 남우주연상: ‘더 파더’ 안소니 홉킨스, △ 여우주연상: ‘노매드랜드’ 프란시스 맥도먼드, △ 남우조연상: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다니엘 칼루야, △ 여우조연상: ‘미나리’ 윤여정, △ 감독상: ‘노매드 랜드’ 클로이 자오, △ 각본상: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펜넬, △ 각색상: ‘더 파더’ 플로리안 젤러, △ 촬영상: ‘맹크’ 에릭 메세츠미트, △ 편집상: ‘사운드 오브 메탈’ 미켈 E.G 나일슨, △ 미술상: ‘맹크’ 도널드 그레이엄 버트 외 1명, △ 의상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 로스, △ 분장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세르지오 로페즈-리베라 외 2명, △ 음악상: ‘소울’ 트렌트 레즈너 외 2명, △ 주제가상: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Fight For You’, △ 음향상: ‘사운드 오브 메탈’ 니콜라스 베커 외 4명, △ 시각효과상: ‘테넷’ 앤드류 잭슨 외 3명, △ 국제장편영화상: ‘어나더 라운드’
△ 장편 애니메이션상: ‘소울’, △ 단편 애니메이션상: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 단편 영화상: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 단편 다큐멘터리상: ‘콜레트’, △ 장편 다큐멘터리상: ‘마이 오토퍼스 티처의 피파 얼리처’, △ 진 허슬트 박애상: 밥 비쳐 외 2명, 타일러 페리